
임안(臨安)의 풍속은 사계절 모두 사치스러웠는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놀고 즐겼다. 서쪽으로는 호수[=西湖]의 풍광이 아름다웠고, 동쪽으로는 전당강(錢塘江)의 조수(潮水)가 볼만하였는데, 이 모두 훌륭한 경관(景觀)이었다. 매년 음력 8월중에 조수가 평상시보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때가 있었는데, 도성(都城, 杭州) 사람들은 11일부터 이를 구경하는 자가 있었다. 16~18일경이 되면 성에서 나와 수레와 말들로 북적거리니 18일이 가장 붐볐고, 20일이 되면 조금 줄어들었다. 18일에는 안무사(按撫使)가 교외로 나가 관할 수군(水軍)을 열병(閱兵)했다. 묘자두(廟子頭)에서 육화탑(六和塔)까지 집집마다 높은 장소는 모두 황실의 인척[貴戚]이나 내시들에게 빌려져 조수를 구경했다.
예전에 백낙천(白樂天)이 <영조(詠潮)>에서 다음과 같이 읊은 바 있다.
아침 조수 물러갔나 했더니 저녁 조수 밀려오고, [早潮纔落晩潮來]
한 달에 밀려왔다 밀려가길 예순 번이나 하네. [一月周流六十迴]
시간만이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것 아니고, [不濁光陰朝復暮]
항주에서 늙는 나도 조수에 밀려간다네. [杭州老居被潮催]
또 소동파(蘇東坡)는 그의 <영중추관야조(詠中追觀夜潮)>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하늘의 달 동그랗게 되었겠지, [定知玉兔十分圓]
서리 바람 일어 9일 동안 싸늘해지는 것을 보니, [巳作霜風九月寒]
말 전하게나, 두터운 문 잠그지 말라고. [寄語重門休上鑰]
밤에 이는 조수(潮水) 달빛 아래 보려한다네. [夜潮留向月中看]
1만명이 북치고 함성을 질러 오나라 사람들을 떨게 하는 듯하고, [萬人鼓噪懾吳儂]
왕준(王濬)이 장강에 수많은 군선(軍船)을 띄워 놓은 듯하네. [猶似浮江老阿童]
조수의 높이는 얼마나 되려나? [欲識潮頭髙幾許]
월산(越山)이 온통 파도 거품 속에 있다네. [越山渾在浪花中]
강가의 이몸 세상과 떨어져 [江邊身世兩悠悠]
오래도록 창파와 함께 늙어가고 싶네. [久與滄波共白頭]
조물주도 사람이 쉬이 늙어감을 알아. [造物亦知人易老]
일부러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네. [故教江水更西流]
오나라 아이들 커가면서 큰 파도 우습게 여겨 [吳兒生長狎濤瀾]
이익을 탐해 자신의 목숨도 가벼이 여긴다네. [冒利輕生不自憐]
동해(東海)가 만약 밝은 군주의 생각을 알고 있다면 [東海若知明主意]
응당 바다를 뽕나무 밭으로 만들었을텐데. [應教斥鹵變桑田]
강신(江神)과 하백(河伯), 둘 다 하잘 것 없는 벌레라도 된다는 듯, [江神河伯兩醯雞]
바닷귀신이 동쪽에서 와 무지개를 토하네. [海若東來氣吐霓]
어찌하면 부차(夫差)의 물소 가죽옷을 입은 궁수를 얻어 [安得夫差水犀手]
3천대의 강노(強弩)를 쏴 조수를 가라앉힐 수 있으리오? [三千強弩射潮低]
임화정(林和靖)은 <영추강(詠秋江)>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넓고 아득한 모래톱에 해오라기 잠들고, [蒼茫沙嘴鷺鷥眠]
물거품들 흔적없이 푸른 하늘로 스며드네. [片水無痕浸碧天]
가장 아끼는 것은 비를 맞은 후의 갈대꽃. [最愛蘆花經雨後]
한 줄기 연기, 어선에서 밥을 짓는구나. [一篷煙火飯魚船]
치평(治平) 연간(1064~1067)의 군수(郡守)인 채단명(蔡端明)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하늘은 조수를 말아 올려 해동(海東)으로 나가는데, [天卷潮回出海東]
인간 세상에 무슨 대단함을 다툴 만한 것이 있단 말인가? [人間何事可爭雄]
1천년의 낭설, 가죽 부대[鴟夷, 夫差]가 격노하여 [伍子胥를 전당강에 버리고] [千年浪說鴟夷怒]
조수 한 번 밀려드니 발해(渤海)가 다 비었을 것만 같네. [一汐全疑渤澥空]
조용한 파도 소리 밤에 취침할 때 듣기 좋은데, [浪靜最宜聞夜枕]
높이 솟는 파도는 반드시 가을 바람 불어야 시작된다네. [崢嶸須待駕秋風]
세상의 이치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정말로 알 수 없어 [尋思物理真難到]
달 따라 차고 져도 역시 통달할 수 없다네. [隨月虧圓亦未通]
그곳 항주 사람들 가운데 목숨이 귀한줄도 모르는 무뢰배들이 있어서 커다란 채색 깃발[彩旗]이나 조그만 청량산(清涼傘), 붉고 푸른 조그만 산(傘)들을 각각 색깔 있는 수(繡)를 놓은 단자(緞子)에 묶어 장대에 가득 매달고, 조수가 해문(海門)으로부터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10명이나 100명씩 무리를 지어 깃발을 잡고는 물 위에서 헤엄을 쳤다. 이는 오자서(伍子胥)가 조수를 희롱한 것을 영접하는 유희(遊戲)로 어떤 이들은 손발에 다섯 개의 작은 깃발을 잡고 조수가 들어오면 그 위로 떠다니면서 희롱하기도 했다. 앞서 치평 연간에 군수였던 한림학사(翰林學士) 채단명이 그들 중에 왕왕 물에 빠져 죽는 이가 있는 것을 보고 <계약농조문(戒約弄潮文)>을 지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성(斗星)과 우성(牛星)의 밖, 오월(吳越)의 가운데 이곳이 바로 파도가 가장 험한 곳으로 가을 바람을 타면 기세가 더욱 대단하다. 이곳 습속(習俗)엔 조수를 관람하며 노니는 것이 있다. 그들 가운데 수영을 잘하는 무리들이 다투어 조수를 희롱하는 유희를 벌여 부모께서 주신 신체를 물고기들도 그 깊이를 모르는 심연(深淵)으로 던지며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때때로 빠지면 영혼이 영원히 물속에 잠기니 처자식이 물가에서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생명이란 유한한 것이지만, 어찌하여 천명(天命)을 다하려 하지 않는가? 죽음에도 조상(弔喪)하지 않는다면 이는 인륜을 버리는 것이다. 나의 참을 수 없는 마음을 헤아리고, 너희가 가족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계하길 바란다. 올해의 조수 구경은 평상시처럼 하지만, 그 군인이나 백성 중에 감히 조수를 희롱하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할 것이다.
이로부터 관부(官府)에서 [조수 위에서 곡예하는 행위를] 금지시켰으나, 여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간농조시(看弄潮詩)>를 지어 다음과 같이 읊었다.
전당강 조수를 희롱하고 저녁에 성(城)으로 들어가는데, [弄罷江潮晚入城]
붉은 깃발은 바람에 살랑거리고, 하얀 깃발 또한 가볍게 나부끼네. [紅旗飐飐白旗輕]
파도를 감수하면서도 고꾸라지지 않았기에 [不因會吃翻頭浪]
천가(天街)에서 북소리 연주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네. [爭得天街鼓樂迎]
그리고 안무사(按撫司, 帥府)에서는 수군을 지휘 ・ 통솔해가며 수진(水陣)을 열병하였는데, 통제(統制)가 부하들을 감독하여 조수가 오지 않았을 때 강으로 내려가 진용을 갖추고, 깃발을 펼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또한 수중(水中)에서 [군악대가] 북을 치고 피리도 불면서 선두에서 인도하였고, 뒤에는 사령관을 수면으로부터 높이 올리고 배를 좌우 양쪽으로 나누어 배치했는데, 기치(旗幟)들로 선내가 가득찼다. 상등(上等)의 춤추는 창(槍)과 날아오는 화살이 열을 나누어 교전하였고, 포(炮)가 연기를 뿜고 재빨리 적선[敵舟]을 쫓으며, 불화살이 무리를 지어 쏟아져 내려왔다. 적선을 태워 없애고 공(功)을 세우면 징[鑼]이 울리면서 사열이 끝났고, 차등있게 상품을 내렸다.
대개 거가(車駕, 皇上)는 궁중[禁中]에서 행차하여 조수를 구경했는데, 전각 뜰에서 강을 내려다보면 오로지 군대가 강에서 엄숙하게 대오를 갖추고 정렬해 있는 것만이 보였고, 궁궐을 바라보고 대답하는 소리가 마치 천둥과 우레가 치는 듯했다. 나머지 사람들과 내시들은 그제야 그것이 천자[=尊君]를 받드는 예식임을 알았다. 그날 안무사에서는 생례(牲禮) ・ 초리(草履) ・ 사목판(沙木板)을 준비하여 조수가 올 때 모두 강에다 제사를 지냈고, 사인(士人)과 서민(庶民)들은 경문(經文)을 많이 던졌다. 이때는 바야흐로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단계(丹桂)의 향기가 휘날리니, 신체가 거듭 안정되고 건강해졌다. 이와 같았으니, 어찌 경치를 접하고 즐기러 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 by 오자목(吳自牧) 箸 <몽량록(夢梁錄)> 4권 '조수 관람[觀潮]'에서 발췌

5대 오월국(吳越國)과 남송 1대에 걸쳐 장강 델타 유역의 중핵으로 번영을 구가한 수향(水鄕)이었다.

조수 범람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자 오월국 시대에 대규모 방조 및 수리 사업이 시행된 바 있었다.

오월국 충의왕(忠懿王)이 조수의 제압을 기원하며 건립했고, 소흥(紹興) 22년(1152)에 중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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