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세이 시대 최후의 국정 선거로 기록될 제48회 일본 중의원 총선은 또다시 아베가 영도한 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 8월초 단행된 개각 이래 가파르게 회복 추세로 접어든 상태였고, 동경도(道) 의회 선거 패배의 국면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관저측의 정략적 계산과 맞물리면서 전가보도인 해산권을 기습적으로 발동해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정공법이 보기 좋게 먹혀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 지목되어왔던 두 가지 문제, 즉 사학 스캔들(?) 의혹은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은 채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거니와, 각료 및 고관들의 실언과 부적절한 처신 또한 개각 전후로 군기가 잡히는 양상을 띄면서 해산을 자신하게 된 듯 하다.
또 한편으로 동경도 의회에서 막 알박기를 시작한 고이케에게 최대 야당인 민진당내 일부 계파가 붙어먹을 정황이 탐지되자, 신당이 세를 불리기 전에 선수쳐야 한다는 타이밍까지 고려된 점도 배경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도의회 선거 3개월만에 중의원 해산이란 청천벽력을 맞아 정가가 우왕좌왕한 사이 붕괴 수순이 예고된 민진당의 대분열을 필두삼아 야권의 총체적인 난립 현상이 빚어진 덕분에 여당으로선 수월하게 유세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 초반에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설쳐댔던 고이케는 결국 당수 토론회 실족으로 드러난 아마추어리즘, 공천권 팔이의 판단 미스, 잡탕다운 정체성 상실로 말미암은 표심 이탈이 화근이 되어 급전직하 자멸해버리고 말았다.
반면 자민당은 으레 선거철마다 그래왔듯이 당내 분란은 제껴둔 채 단결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였고, 잘 정비된 조직력과 기반을 최대한의 득표로 연결시키면서 무난히 압승할 수 있었으리라 관측된다. 고용 훈풍이 대변해주는 경제 사정의 호조는 내각 지지율 회복 및 아베 개인에 대한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트럼프의 등장과 리틀 로켓맨의 핵 미사일 폭주, 브렉시트 등 대외정세의 불확실성마저 날이 갈수록 점증해가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도 안정된 리더십을 희구한 주류 여론의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야말로 여당 압승의 원천이자, 총선 결과로 판가름난 것이다. 기껏 북풍과 야권 분열에 기댄 어부지리라며 자위하기 바쁜 남조선 언론이야 대책없다만.ㅋ
본래 근본없는 철새의 근성이 어디 못 간다고, 먹튀로 똠방대며 알맹이라곤 눈꼽만큼치도 없었던 극우 코스프레(?) 고이케 아줌마의 돌풍[푸웁]은 다들 알다시피 찻잔속 미풍으로 그쳐버렸음이 자명하다. 특히 동경도내 23개소에서 출마한 신당 후보가 단 1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전멸당했다는 성적표가 가늠해주듯이 그 여파는 머지않아 도의회로 전이될 공산이 높다고 사료되며, 구 민진당 계열 의원들의 탈주 러쉬와 병행하여 고이케에게 치명상을 안길 소지가 다분하리라 여겨지는 바다. 공중분해된 민진당 잔류파가 꾸린 입헌민주당은 고이케 거품이 빠진데 따른 반사작용 내지 비례표에 기대어 간신히 연명은 했으나, 해산 이전의 당세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건 대체적인 시각이니깐.
그나마 야권에서 이미지 메이킹과 당리당략에 가장 능하다는 고이케가 저렇게 되버린 이상 당분간 야권내 자체의 개편은 수반되겠지만, 아베 정권의 독주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동엔 나서지 못할 것이다. 이제 사학 스캔들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고 총재 3연임도 예약해놓는 등 정국의 주도권을 재장악한 아베는 앞으로 2020년대까지 가시권에 둔 사상 최장기 집권의 태세를 갖출텐데, 현행 아베노믹스 정책은 물론 개헌 추진력에 더 박차를 가하리라는 시나리오 역시 명약관화한 만큼 남조선은 장기적 안목에서 대비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하지만 로켓맨 바라기랑 적폐(敵廢) 청산에 여념없는 BH의 그분들을 보자면 기대 따윈 접고 들어가는 쪽이 처음부터 속 편한 일일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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