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에드워드 7세의 장례식 참가 특사로 영국에 파견한 루스벨트가 미일간 3가지 외교 현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녹스(Knox) 국무장관의 부탁을 받은 전임 대통령 루스벨트는 일본 사절인 후시미노미야(伏見宮)를 수행한 전(前) 주미 일본 대사 다카히라(高平)와 런던에서 가진 사적인 접촉을 통해 만주철도 및 조미(朝美) 통상조약과 한국 병합의 저촉, 미일 통상조약 갱신의 장애물인 이민 문제 등 3가지 현안의 일괄 타결을 제안함과 동시에 본국 정부를 설득했다. 만주와 한국은 일본의 사활적 이익으로 간주하되, 대신 이민 문제를 미국의 사활적 이익으로 보장받으라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제안은 미국이 만철 중립화를 철회하고, 일본의 한국 병합을 추인해주는 대신 신(新) 미일 통상조약의 적용 대상에서 이민 문제를 제외시키라는 것이었다.
이하는 녹스 국무장관이 태프트 대통령에게 루스벨트의 특사 활동 결과를 보고한 내용이다.
"그[=테디 루스벨트]는 자신이 다카히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이 나라에 일본인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 다른 한편 미국은 일본이 한국과 만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Paramount) 영향력과 이익(Interest)을 인정해야만 한다. 동양에서의 상황은 조약들에 근거한 이익이라는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본인은 야심이 있고, 긍지를 지니고 있으며, 진보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숫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팽창의 공간'을 필요로 하며, 또한 소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들을 우리의 [캘리포니아] 해안으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야 하지만, 우리는 한국과 만주에서의 그들의 [대륙 팽창] 계획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녹스의 보고서가 제출된 지 사흘 후인 1910년 12월 22일, 루스벨트는 직접 태프트에게 다카히라가 이미 봄[5월]에 영국 체재 중 자신에게 접근해왔던 사실과 아울러 그 내용을 통보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조언을 하였다.
"[합중국] 정부는 만주에서의 우리의 위치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있다. 이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지난 봄 다카히라와 런던에서 회동하여 대담을 나누었다. 그는 나에게 만주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감정이 얼마나 예민한지를 말했으며, 녹스에게 그의 말을 전달한 바 있다. 나의 견해는 간단하다. 우리의 사활적 이익은 한편에서는 일본인을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의(友誼)를 유지하는데 있다. 일본의 사활적 이익은 만주와 한국이다. 만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이유 ・ 정도를 불문하고 일본인들로 하여금 우리가 만주에서 그들의 이익을 적대시하고, 위협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도록 만들 것이다. '중국[淸朝]과의 동맹(Alliance of China)'은 중국의 절대적인 군사적 무능함에 비추어 볼 때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기는 커녕 추가적인 의무를 지게 할 것이다.
지금은 '방아쇠를 당길 의사가 없다면, 총을 들지 말라'는 변경의 오래된 교훈을 상기할 시기이다. 중국에서의 문호 개방(Open Door)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인 외교 협정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경우에나 그렇다. 만주의 전체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그것이 일본의 수중이든, 러시아의 수중이든 그것을 부정하는 순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만주는 일본에게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곳에 외부 세계의 개입을 불허할 것이다. 나는 작년에 영국인 키치너(Kitchener)로부터 들었는데, 영국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 복선화에 대항하기 위해 영국의 해안 기지로부터 목단(牧丹)까지 철도를 부설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러일관계가 아무리 긴밀해 보여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러시아는 복수전을 감행할 것이다. 반대로 만주에서의 우리의 이익은 실제로도 중요하지 않다."
- by 최정수 著 <대통령 태프트의 대일(對日) 특사외교와 한일 병합조약의 법적 추인>에서 발췌
테디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뚱보 윌리엄아, 왜 중대한 이해도 걸려있지 않은 만주에 수저 얹히려다 로스케랑 쩍바리가 한 편 붙어먹어 우리를 견제하는 X같은 상황을 자초했니? 내가 대통하면서 맞춰놨던 동아 ・ 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니가 말아먹게 생겼다. 현실성 결여된 철도 중립화 따위 단념하고, 쩍바리가 선점해 애지중지하는 만한(滿韓)을 쿨하게 걔네들 세력권이라 인정해주는 반대급부로 이민 유입 근절하는 상호 윈윈에 러일 연합도 균열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거든?ㅇㅇ"

동아시아 분할을 놓고 대결했던 양국은 이후 미국의 문호 개방에 맞선 공동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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