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뉴스 메인란에서 지겹게 우려먹는 소재인지라, 잠시 끄적이는데...
속단은 금물이고 내 주관이다만, 금번 사태는 일본의 고의적 벼랑끝 전술 내지 심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봄.
국교 정상화 이래 보통 한일간 외교협상 교착은 일본의 과거사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솔직히 한국측의 다소 돌발적이고 억지가 가미된 '對日 정치적 요구'에 따른 파행에서부터 연유한 바 컸잖아?
일례로 5공초기 근 2년간 끌어온 40억$ 경협자금 협상이 대략 마무리되었을 시점에
한국 정부가 타결 사항의 문서화와 양국 정상의 서명을 요구했는데, 일본측은 문서화는 모를까,
정상간 친필 서명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다가 종국엔 국장급이 서명하는 선에서 낙착된 선례가 있었음.
군함도 징용 산업시설 등재 건수도 동일한 공식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같은 가이드라인을 일본에서 완강히 제시하고 있다는게 주목할 포인트고, 무언가 낌새가 감지된다.
지난 6월 외상회담에서 표 대결은 피하되, 강제징용 사실 주석문 적시란 전제하에 등재 관련 합의안이
대강 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이 먼저 한국 대표단의 성명 문구를 꼬투리삼아 물고 늘어지는 등
정치적 명분과 해석도 관철시켜야 한다며 밀어붙였던 과거 한국 정부의 패턴과 유사한 양상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대표단의 강제징용 성명이라 해봤자, 유네스코 심사 과정에서 후보 유산이 등재 물망에 오르면
회원국들이 등재문 작성에 소감을 진술하는 정도인데, 거기에 대한 한국의 발표문 내용에 일본이 태클을 건 것.
어차피 등재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항상 그래왔듯이 한국은 역사의식과 강제징용 운운할 터이고,
하루이틀 사안도 아닌 만큼, 수용해주는 대가로 속히 등재시키고 본 연후에 주석문을 손질해도 늦지 않을텐데...
'정치적 요구'라면 우회적으로 들어주면서 실리를 모색했던 기존의 일본답지 않게 의외로 다시 태클을 걸더니
스스로 '강제징용 문구의 소감 발표도 인정 못한다'는 명분론적 스탠스를 내걸었다. 이게 아주 꺼림칙하다는 거야.
한국으로서도 더이상 대일관계 파탄을 내심 원하지 않은데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찬스에 편승해
교착 국면이 타개될 기미가 보이는 듯한 현 상황에서 과연 일본이 자칫 '다 된 밥에 잿가루 뿌렸다'는 비난을 감수할 리스크의 공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외무성 당국자나 군함도 시설이 소재한 현지 지자체에서 속을 태움에도, 의외로 아베를 위시로 총리관저에선 현재까진 외관상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여러갈래로 생각해보건대, 아무래도 WTO 수산물 수입금지 제소건부터 시작된 물밑 작업의 일환...
어쩌면 강제징용조차 부차적 사안일 뿐, 아베가 의도한 일종의 '한국 길들이기' 사전 포석용일 수 있겠다는 추론이 자꾸만 그려진다. '그동안 써먹어왔던 너네들의 보도전가로 똑같이 당해봐라.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식의...
만에하나 표 대결까지 가거나 등재 심사가 무기한 보류된다면 당분간 일본의 위신엔 흠집이 가겠으나,
그리되었다간 일본 국내의 혐한 여론이 한층 자극되고도 남을거라는 건 불보듯 뻔할 뻔자며, 아베와 주변 측근세력 입장에서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지. 어차피 미국의 성화에 떠밀려 마지못해 손 잡은 측면에서 그쪽도 마찬가지니깐.
혐한 여론이 악화되고, 고조될수록 아베가 제3국 상대로 한국 문제에 큰소리칠 여지가 많아지는 구조이거든.
한국 정부와 언론, 국민들은 당장 눈앞의 가시적 현상에 눈이 멀어 여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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