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향수병 환자의 보관소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646

쇠퇴 ・ 멸망기의 초나라

$
0
0

경양왕(頃襄王) 21년(BC 278), 진장(秦將) 백기(白起)의 공략전으로 영도(郢都, 호북성 강릉현)가 함락되자 초나라는 진(陳, 하남성 회양현)으로 천도, 날로 국세가 기울었다. 초나라는 회수(淮水) 중류에 의탁한  채 저물어가는 형세를 모면하려 애쓰는 한편, 항진(抗秦)투쟁을 전개하였다. 경양왕으로부터 멸망시까지의 반세기는 전국말기(戰國末期)인 동시에 초문화(楚文化)의 쇠퇴기다. 

넓은 국토를 상실한 초나라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가장 손실이 컸던  공예분야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으며, 전국말기의 초나라 고분에선 상등품의 사직품 ・자수품 ・칠기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손실이 적었던 것은 야금분야였는데, 장강 연안의 15개읍(邑)을 수복하여 동록산(銅綠山) 일대의 구리생산지를 확보했고, 옛 오월(吳越)지역에서 동석(銅錫)이 풍부하게 산출되었다는 사정 때문이다.

안휘성 수현의 이삼고퇴(李三孤堆)에 위치한 초유왕릉(楚幽王陵)은 세 차례나 도굴당했음에도 1930년대 청동기가 대량으로 출토, 명문이 있는 것만도 30점이 넘는다. 나머지 초나라 고분에서 출도된 청동기는 병기가 다수를 차지하고, 예기와 악기는 무척 드물다. 이는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병기 소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원료공급이 부족하여 여력이 없어져버린 시대적 조류를 반영한 듯 하다.


                                              초유왕릉에서 출토된 승정(升鼎), 전국최말기(BC 228경)



춘신군(春申君) 황헐(黃歇)은 고열왕(考烈王) 원년(BC 262)부터 25년간 초나라의 상국(相國)을 지냈는데, 전기(前期) 15년은 회수(淮水) 이북의 12개현(縣)을 봉지(封地)로 삼았다가, 후기(後期)의 10년은 자청하여 강동(江東, 長江 하류일대)으로 봉지를 바꾸었다. 재화를 모으고 문객을 초치하여 '명색은 상국이었지만, 실제로는 초왕(楚王)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雖名相國, 實楚王也).'

춘신군의 통치하에 강동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물이 번화한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으니, 훗날 진(秦)나라 말기에 봉기한 초인(楚人) 중에선 강동 출신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요행히 춘신군이 집권했을 당시, 남쪽으론 장강(長江)의 험고함과 면애(黽隘)의 요새지가 버티고 있었고, 서북쪽으로는 한(韓)나라와 위(魏)나라의 완충지대가 존재하였으며, 북쪽으로는 조(趙)나라가 바람막이가 되주었다.

또한, 동북쪽으론 산동(山東)의 노(魯)나라를 병합시켜(BC 256) 제(齊)나라와 대치하고, 동남쪽으로는 옛 오월(吳越)의 세력들을 구슬려 후원자로 삼았다. 때문에, 춘신군의 집권기 동안 초나라의 국세는 오히려 안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진나라의 지속적 동진(東進)과 삼진제국(三晋諸國)의 쇠퇴는 초나라에 대한 위협을 나날이 가중, 수춘(壽春, 안휘성 수현)으로 천도하기에 이른다(BC 241).

군비경쟁에 있어서 초나라는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초나라가 진현으로 천도한 지 20년쯤 지났을 무렵, 진소양왕(秦昭襄王)은 재상 범수(范睢)에게  이렇게 말했다.

"듣자하니, 초나라는 철검(鐵劍)은 예리하지만, 광대의 재주는 보잘것 없다고 하오. 철검이 예리한 것은 군사들이 용맹하다는 것이고, 광대의 재주가 보잘것 없는 것은 사려가 깊다는 것이오. 과인은 초나라가 깊은 사려로 용사(勇士)들을 이끌고, 우리 진나라를 해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소..."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수리(水利)공정의 대표작인 작피(芍陂), 수춘성 남쪽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산출된 농수산자원을 기반삼아 장왕(莊王)의 패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많은 초나라 귀족들이 왕실을 따라 회수와 강동지방으로 이주하여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일으킴으로써, 그 지역 건축과 전와(磚瓦)의 생산기술이 차츰 발달하였다. 춘신군도 자신의 봉읍인 고소(姑蘇, 소주)에 장대한 궁실(宮室)을 건축했다고 전해져오는데, 진나라의  거듭된 공벌(攻伐)로 다른 제후국들이 현실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상실, 무기력해진 것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대목이다.

수춘성이 함락되고, 초나라가 완전히 멸망당했을 무렵, 그 문화는 국경을 넘어서 화남(華南)각지에 널리 전파되어갔다. 사마천은 '오로지 초나라의 후예만이 전왕(滇王
)으로 남았다'면서 '초나라의 조상은 천록(天祿)을 지녔던가?'라고 썼다. 진말(秦末)봉기의 주역은 초인(楚人)으로 진나라의 초문화에 대한 배척과 말살정책에 분노하여 그들은 과거의 옛 영화를 회복하려는 열기가 일시에 솟아올랐다. 

남공(南公)은 '초나라에  세 집만이 남게되더라도, 기필코 진나라를 멸망시키리라(楚雖三戶, 亡秦必楚)'고 하였으며, 초인은 비록 보배덩어리인 강산(江山)을 정복당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로 진인(秦人)의 손아귀에서 천하(天下)를 빼앗아 한(漢)제국을 건립했던 것이다. 초문화를 위시로 남방문화는 북방문화와 동화 ・융합됨으로서, 더욱 수준이 높고 폭넓은 한문화(漢文化)를 이룩하게 된다.


                                                 전국시대 말기의 형세도(形勢圖), 기원전 262년경
                                                                   


* 이하는 경양왕 23년부터 멸망시까지 기재된 <사기(史記)> 초세가(楚世家)의 내용


경양왕(頃襄王) 23년(BC 276), 왕(王)은 동부지역에서 10여만 군대를 모아, 다시 서쪽으로 가서 진나라가 점령하였던 장강 연안의 15개읍(邑)을 빼앗고, 군(郡)을 설치해 진나라를 제어하였다.

27년(BC 272), 3만명의 군사를 보내어 연(燕)나라를 공격한 삼진(三晋)을 도왔다.

진나라와 화해하고, 태자를 인질로 보냈다. 좌도(左徒)를 진나라로 보내어 태자를 받들도록 했다.

36년(BC 263), 경양왕이 병이 들자, 태자가 도망쳐서 돌아왔다.

가을에 경양왕이 죽고 태자 웅원(熊元)이 즉위했으니, 고열왕(考烈王)이다. 좌도를 영윤(令尹, 재상)으로 봉(封)하여 오(吳, 강소성) 일대를 하사하고 춘신군(春申君)이라 하였다.

고열왕 원년(BC 262), 주(州)를 진나라에 주고 강화를 맺었다. 초나라는 더욱 약화되었다.

6년(BC 257), 진나라가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나라는 초나라에 위급함을 알렸고, 초나라는 장군 경양(景陽)을 보내어 조나라를 구원케 하였다.

7년(BC 256), 초군(楚軍)이 신중(新中)으로 진격, 진군(秦軍)은 포위를 풀고 물러갔다.

이해에 노(魯)나라를 멸망시켰다.

12년(BC 251), 진소양왕(秦昭襄王)이 죽자, 초왕(楚王)은 춘신군을 조문사절로 진나라에 파견하였다.

16년(BC 247), 진장양왕(秦莊襄王)이 죽고, 진왕(秦王) 조정(趙政)이 즉위하였다.

22년(BC 241), 초나라가 여러나라와 함께 (합종을 맺어) 진나라를 공격했으나, 패하여 물러났다.

초나라는 동쪽 수춘(壽春)으로 천도하여 그곳을 영(郢)이라고 불렀다.

25년(BC 238), 고열왕이 죽고 아들 유왕(幽王) 한(悍)이 왕위를 계승하였다.

이원(李園)이 춘신군을 죽였다.

유왕 3년(BC 235), 진위(秦魏) 연합군이 초나라를 공격하였다.

8년(BC 230), 진나라가 한(韓)나라를 멸망시켰다.

10년(BC 228), 유왕이 죽고 친형제 중 동생 유(猶)가 왕위를 계승하니, 애왕(哀王)이다. 애왕의 서형(庶兄) 부추(負芻)의 무리들이 갑자기 애왕을 죽이고 부추를 옹립, 애왕은 2개월간 재위하였다.

진나라는 조왕(趙王) 천(遷)을 사로잡았다.

부추 2년(BC 226), 진나라가 장군을 파견하여 초나라 군대를 대파, 10여개의 성읍을 빼앗았다.

3년(BC 225), 진나라가 위(魏)나라를 멸망시켰다.

4년(BC 224), 진장(秦將) 왕전(王翦)은 기(蘄)에서 초군을 치고, 항연(項燕)을 죽였다.

5년(BC 223), 진나라 왕전과 몽무(蒙武)는 마침내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초왕(楚王) 부추를 사로잡았으며, 초나라의 국호(國號)를 없애고, 삼군(三郡)을 설치하였다.




tag :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646

Trending Articles



<script src="https://jsc.adskeeper.com/r/s/rssing.com.1596347.js" async> </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