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소양왕(秦昭襄王)이 대신들과 대담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소양왕이 먼저 대신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한(韓)과 위(魏)나라가 초기와 비교해 볼 때 언제가 더 강한가?"
"초기가 더 강합니다."
"지금의 여이(如耳), 위제(魏齊)와 예전의 맹상군(孟嘗君), 망묘(芒卯) 중에서 누가 더 현명한가?"
"맹상군과 망묘엔 미치지 못하지요."
"맹상군과 망묘는 현명했으며, 한(韓)나라와 위(魏)나라의 강성한 군사를 이끌고 진나라를 공격했음에도, 과인을 어찌하지 못했다. 지금의 무능한 여이, 위제가 약해진 군사를 이끌고 공격해온다면, 역시 과인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공감하자, 중기(中旗)라는 신하가 거문고에 기대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왕의 추측은 천하의 형세를 잘못 판단한 것입니다. 진(晋)나라의 육경(六卿)이 지배하던 시절에 지씨(智氏)가 가장 강성하여 범씨(范氏)와 중행씨(中行氏)를 멸하고, 한씨(韓氏)와 위씨(魏氏)의 군대를 이끌고 진양(晋陽, 산서성 태원)에서 조양자(趙襄子)를 포위하여 결진수(決晋水)로 진양성을 잠기게 하니, 잠기지 않은 곳이 세 판(版) 넓이뿐이었습니다.
지백(智伯)이 수세(水勢)를 순시하였는데 위환자(魏桓子)가 수레를 몰고, 한강자(韓康子)가 동승했습니다. 지백이 말하기를, '내가 전에는 물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다'라고 하였습니다. 분수(汾水)는 안읍(安邑, 위환자의 근거지로 산서성 하현)을, 강수(絳水)는 평양(平陽, 한강자의 근거지로 산서성 임분현)을 잠기게 할 수 있습니다.
위환자가 한강자를 팔꿈치로 치고, 한강자는 위환자를 발로 밟으니, 팔꿈치와 발이 수레에서 서로 마주치자 지씨는 그 땅이 나뉘어지고, 몸은 죽고, 나라는 망하여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진나라의 군사가 비록 강하다지만 지씨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으며, 한나라와 위나라가 비록 약해졌고는 하지만 진양성의 아래에서 버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지금은 바로 그들이 연합하여 진나라를 공격할 때이니, 청컨대 대왕께서는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이같은 경고를 듣자, 소양왕이 크게 두려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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