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군의 프놈펜 점령은 '사회주의 형제권' 내부의 실제 무력투쟁이란 점에서 사상초유의 사건이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의 국제관계가 현실주의의 지배를 받고있음을 새삼 증명해주었거니와, 인도지나는 물론 동남아 정세, 나아가 중소(中蘇)관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격 침공이긴 했지만, 베트남-캄보디아 분쟁사(史)를 돌이켜보노라면 진작에 예견된 사태였다.
미중(美中)수교로 형성된 미국, 중공, 일본의 협력관계는 지금까지의 동아시아 정세를 크게 변모시켰다. 모스크바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였는데, 캄보디아 사태는 바로 모스크바의 반공(反攻)이라 할 수 있다. 소련은 중월(中越)간 '역사적인 대립관계'를 이용, 베트남을 후원함으로써 중공을 견제하고, 인도지나에 교두보를 확보하여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인도양으로의 진출에 열을 올려왔다.
'인도지나 연방'이라는 오랜 숙원을 품은 하노이 역시 미중수교로 북경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강화되자, 망설임없이 크메르루즈 정권을 붕괴시켰다. 즉, 캄보디아 사태는 미중수교로 말미암은 국제정세 급변에 기인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제, 향후의 문제라면 중공측이 베트남의 도발을 마냥 좌시할 것인가, 혹여 '행동'으로 나설 경우, 미국의 대응과 중소관계의 진전 그 여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인도지나에서의 소련세(勢) 승리는 거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아프간으로부터 방글라데시, 북한에 이르기까지 대중(對中)전략과 아프리카, 중동, 서태평양에서의 대미전략에도 확대적용될 것이 명백하다. 베트남이 인도지나 반도의 패자로 부상한 이상, 아세안 비(非)공산제국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남지나해는 주요 해상루트로서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각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 사태가 미중수교, 중소대립의 여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와 연관시켜 다시금 생각해본다. 북괴는 중공과 더불어 크메르루즈 정권을 지지해왔고, 북경은 북경대로 계속 크메르루즈를 지지하리라 예상된다. 때문에 북괴의 대소, 대중관계는 한층 미묘해질 듯 하며, 중소대립 격화와 북괴의 중간자적 입장으로 미중수교에 따른 긴장완화는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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