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디수상 암살사건은 이질 요소들로 복잡하게 뒤얽혀 뒤뚱거리던 7억인구의 거인 인도를 마비상태로 몰아갔다. 종교 및 종족간 충돌로 유혈사태가 이어져온 마당에 암살사건으로 다시 구심점을 잃는듯한 양상이다. 펀자브에 몰린 시크교도들의 분리독립운동, 아셈지방과 봄베이, 카시미르, 타밀나두 등지에서 지속중인 회교도 ・힌두교도간 분쟁에 이르기까지 항시 갈등이 조장되어왔다.
간디수상은 독단적 강권통치로 이같은 반목들을 억제시켰다. 잡다한 종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통된 국가목표로 접근시켜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이지만, 인도아대륙은 독립 이후로 파키스탄부터 분리되어 떨어져나갔고, 다시 동파키스탄이 분리독립하는 등 '이탈의 역사'가 계속되었다. 소수민족의 자치운동을 허용할 경우 거대국가 인도는 와해 ・분열되는 운명의 스위치를 누를지도 모르는 격이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간디정권은 무력투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소수민족의 분리운동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였다. 암살을 촉발시킨 시크교도들은 시크를 힌두교의 분파로 규정한 헌법 65조 철폐, 펀자브에 가칭 시크교 국가 칼리스탄의 수립을 강조하여 델리정부로선 수용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각 종파간의 분쟁해결 여부에 인도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보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간디수상의 후계자로 집권한 라지브가 얼마만큼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는데, 그가 당면한 정치적 진로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라지브 간디가 영도한 국민회의당이 일단 80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승리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복잡하게 난립된 야당의 통합 기운이 고조되고 있으며, 경험이 부족한 라지브에 대한 회의가 여당내에서 대두될 가능성도 많다.
더군다나, 종교 ・종족분쟁 이외에도 인도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인 기아와 물가상승 같은 경제사정 역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간디수상이 지난 8월, 안드라-프라데시주(州)의 라오 수석장관을 경질시키자 남인도 일대엔 반(反)회의당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었다. 네루가문이 차지한 위상, 회의당의 총선 승리와 재집권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결국 라지브의 역량에 결과가 크게 좌우될 것이다.
비동맹권에서 위치를 굳힌 인도의 국제위상도 암살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다. 내정면에 있어선 강경책으로 일관해 비난받은 간디였으나, 국제무대에선 비동맹운동을 주관, 거인다운 모습을 남겼다. 물론, 1970년대 이후로 친소(親蘇)성향이 농후해져 비동맹노선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비판마저 있지만, 노련한 외교술로 강대국간 세력권을 원만히 헤쳐가며 제3세계권 지도자로서 활약했었다.
라지브가 모친의 카리스마를 계승, 재집권에 성공하느냐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의 암살사건으로 마비상태에 빠져버린 인도사회의 이슈는 단번에 해결가능한 성질이 아니다. 국민회의당에서 간디의 권위는 누구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온갖 추종분자들이 받침돌 역할을 맡아왔음에도, 비단 네루왕조 뿐만 아니라, 세계최대 민주국가 인도의 장래가 혼돈속에서 헤매고 있다.
tag : 인도, Assassination, 종족종교분쟁, 정정불안, 국민회의당, 인디라간디, 네루왕조, 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