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탕트시대 개막 이후 동요되기 시작한 동남아의 정세는 최근들어와 뚜렷한 방향으로 고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대국간의 역학관계가 교차한 동남아제국은 대부분 중립과 반공을 국책으로 삼아왔으나, 진로를 바꾸어 편파적 혹은 결연(結緣)관계로 변형해가고 있으며, 중립 혹은 미중소(美中蘇)간 세력균형정책으로 반전되어가는 현상이 점차 가속화되어가는 실정이다.
이광요 싱가폴 수상의 단언대로, 말레이시아가 중공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것은 향후 동남아제국의 행보를 예시했음에 틀림없다는 평이 대세다. 국교정상화로 말레이시아는 중공의 대소(對蘇)견제노선과 동남아정책에 편승, 편파와 결연정책으로의 변형을 여실히 증명했던 것이다. 비동맹 ・중립을 자처해온 인도부터가 핵실험을 강행하고, 친소노선으로 기움으로서 이미 사례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친미 일변도였던 호주와 필리핀 역시 공산국가와의 관계개선에 나섰다는 사실은 균형세력화를 목표로 한 정책전환을 의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미(美) 태평양지구 사령관 게일러 제독이 설파한대로 동남아는 각국의 국내사정이 변덕스럽고, 빈부격차가 심한 상태로 정치갈등의 가능성을 무한히 잠재한 지역이다. 이같은 취약점은 공산세력의 침투를 구조적으로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동남아제국의 실리외교가 북괴의 침투를 자극하는 사실에 주시해야만 한다. 호주는 앞서 5월초 북괴와의 우호문화협회를 발족시키는가 하면, 정권승인마저 고려중이라 한다. 시기를 같이하여 북괴는 말레이시아 수상의 방문을 희망했고, 네팔과 라오스도 남북한 동시수교를 발표하였으니, 그간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동남아 ・태평양 일대에 대한 북괴의 침투가 위협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전환기의 기로에 선 동남아제국의 대외관계와 구조적 취약점을 이용하여 외교저변을 넓혀가는 북괴의 동태를 예의주시, 착실하고도 철저한 대책의 강구를 촉구하는 바다.
* 짤방은 1966년 10월 13일, 뉴욕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회담중인 푸마 라오스 수상과 존슨대통령
tag : 동남아시아, 외교, 역학관계, 중립화, 전환기, 데탕트시대, 197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