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태국 파타야에서 개최된 제11차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가 폐막되었다. 이번 외상회담에선 동남아시아 중립화, 인도지나 공산국의 분쟁, 피난민 문제, 회원국간의 경협(經協)확대 및 인도와 한국이 제의한 소위 '블록대화' 등의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사국들이 '블록대화' 제의에 적극적인 반응을 내비치지 않음으로서, 한국의 접근 노력은 그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1967년 8월, 동남아시아 5개국간 경제 ・사회 ・문화협력을 기치로 내세우며 창설되었던 아세안은 일종의 광역블록권으로서 성장을 지속, 자유무역 확대와 대(對)동남아 투자확대, 기술도입의 모색 등 활발하게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일본은 '아세안 5대공업화 계획'의 추진을 위한 10억$ 지원 약속 등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지난 17일엔 소노다(園田) 외상이 파타야를 방문, 5개국 외상들과 회동하였다.
동남아시아 중립화 문제는 인근 공산국 분쟁으로 한층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소련과 더불어 아세안을 '친미(親美) 군사동맹'이라 맹비난해 온 베트남이 회의개막 전날, 유엔본부의 아세안 외교관들을 통하여 '평화 ・독립 ・중립'안(案)을 제의했던 사실은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베트남측의 제의는 아세안의 '평화 ・자유 ・중립'안과 비슷하나, '자유' 대신 '독립'이란 표어를 포함시킨 것이 다르다.
중공은 그동안 아세안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왔는데, 따라서 베트남의 태도변화는 적대관계인 중공을 의식, 동남아 비(非)공산국과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 및 선전효과를 겨냥한 노림수라고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각국 외상들은 아세안 주도의 동남아 중립화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막상 실현 절차와 방법에 대해선 각국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합의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인도지나 3국의 피난민 문제와 관련하여 각국 외상들은 동남아 제국만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 서방 선진국들이 피난민 대책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였다. 태국에만 10만명, 말레이시아엔 1만명의 피난민이 몰려와 당사국의 사회 ・경제는 물론, 안보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밝히며, 로물로 필리핀 외상은 인도지나 피난민 문제가 '제2의 팔레스타인화(化)'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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