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성이 자국주재 리비아 외교관 68명과 가족들에 대해 전원 추방명령을 내렸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외교관 전원 추방명령으로 전운이 감도는 중동정세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는 바인데, 이같은 조치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사뭇 의아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다름아닌, 리비아가 하루 64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해주는 미국의 3대 석유공급국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64만 배럴은 미국 전체 석유수입량의 11%에 달하는 엄청난 양. 액수로 연간 120억$에 달한다. 더군다나, 리비아 국내에서는 여전히 미국계 석유기업이 활동중인데다, 산하에 2천명의 미국인 종업원이 체류한 상태에서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는데 한층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카다피 집권 이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양국간 불화가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성의 고위당국자는 '카다피가 수년간 망명 반체제 인사들을 외교루트를 통해 추적, 암살하고 있으며 레이건행정부는 이같은 리비아의 국제테러행위에 대해 많은 진정을 받아왔고, 상세한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귀띔함으로써 이번 조치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실제, 주미 리비아 외교관 중엔 카다피 정권의 인민위원회 요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69년 9월, 군사쿠데타로 왕정(王政)을 타도, 정권을 탈취했던 카다피는 기타 아랍제국과 더불어 강력한 반(反)팔레비, 반(反)시오니즘과 각국의 급진파 및 혁명파와 연결해 소련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사들이는 등 노골적인 친소노선으로 일관, 미국의 심기를 단단히 거슬렀다. 뿐만 아니라, PLO를 비롯한 테러분자와 납치범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재작년 12월, 트리폴리의 미국대사관이 이란인 폭도들에게 습격당해 방화되는 사태에 이어 작년 5월엔 미국이 사전통고도 없이 자국 외교관들을 리비아에서 전원 철수시키는가 하면, 10월엔 콜로라도에서 리비아인 유학생 1명이 총격당하는 사건이 발생, 반체제운동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리비아 정부는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었다.
최근, 리비아는 남쪽의 차드공화국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각국에 무력 개입함으로써 소비에트 세력의 선봉대 노릇을 자청하였다. 지난 4월, 카다피의 방소(訪蘇)를 계기로 120억$ 상당의 소련제 최신무기를 구입, 사하라 이남에의 침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카다피는 모스크바 방문 이후로 레바논 내전에 개입중인 시리아를 공공연히 지원하겠노라 선언하기까지 미국과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대다수 관측통들은 이번 리비아 외교관의 추방조치가 대소(對蘇)곡물 금수조치를 해제했음에도, 미국의 기본자세가 약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정부의 결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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