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金庫)는 가정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으나, 안심하고 맡겨둘 만큼 튼튼한 금고란 은행뿐이다. 우리네 국민들은 은행을 이용하는 습관이 남들만 못해서인지 67~71년도의 가계저축률은 1.5%에 불과한 반면, 동시기 일본은 13%, 자유중국은 12.8%로서 월등히 앞서갔다. 근년에 들어 가계저축률이 향상되었다곤 하지만, 현재 17~18% 수준을 유지중인 일본, 자유중국엔 비할바가 아니다.
우리로서는 전국민이 '저축의 생활화'를 위해서라도 거리로 나설만하다. 물론, 고물가(高物價)로 수입은 줄어들었으니 돈을 은행에 넣어가며 살아갈 겨를따윈 없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이 미비하고 신통치 못한 사회일수록 노후(老後)나 불시에 닥칠 재난을 생각한다면, 절약하여 내일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설령, 1만원이 5천원으로 그 가치가 반토막나더라도 말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60년대 굉장한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도 인플레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았고, 오일쇼크 직후의 '광란(狂亂)물가'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란 바로 왕성한 저축률이었다. 일본인구의 94%에 해당되는 가구들이 저금통장을 보유했다는 통계도 주목할만 하다. 국민들의 근검절약하는 생활기풍이 높은 저축률, 더 나아가 경제성장의 기반으로서 작용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가치는 그만큼 하락되어 저축이 바보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화폐가치 보존의 심산에서 '환물(煥物)바람'을 일으켰고,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들었다. 투기로 떼돈을 번 졸부들의 '돈은 써야지 생긴다'는 식의 소비행각은 어렵사리 저축해가는 '구두쇠'를 우습게 만들었으며, 물가와 돈바람이 진정되지 않는 한, 저축의욕이 생겨날 수 없는 노릇이다.
범국민 저축운동이 한창이다.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지만, 당국은 당국대로 물가안정책에 진력을 다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절약 실천이야말로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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