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시대(李朝時代)의 종합법전으로 <경국대전(經國大典)>이란 것이 있다. 오늘날로 친다면 6법전서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그 경국대전에선 예조(禮曹)에 대하여 정월과 중국황제 탄신일 등엔 임금이 왕세자 이하 문무백관을 거느려 북경의 궁성(宮城)을 향해 요배(遙拜)하는 의식에 관하여 지정했고, 사대(事大)라 하여 국가대사를 중국황제에게 보고, 의견을 묻는 절차마저 규정되었다.
임금은 중국황제로부터 책봉받는 제후였을 뿐이다. 70여년전, 일본이 한국과 중국간의 예속관계를 끊을 심산으로 국호(國號)를 대한제국(大韓帝國), 국왕을 황제라 높여 부르게 했으나, 술책에 불과하였고, 결국 13년만에 병합되었던 것이다. 우리보다 환경이 넉넉치 못한 몽고족이 대원제국(大元帝國)을 세워 세계를 제패했음은 물론, 만주족도 청조(淸朝)를 세웠는데 우리네 조상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남방민족인 태국이나 캄보디아도 아유타야 유적과 앙코르와트의 대사원(大寺院) 같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남북을 합쳐 5천만 인구는 결코 작은 민족은 아니다. 재능이나 체격, 예술적 감각면에서 특별히 뒤떨어진 것은 아니란다. 용감성이야, 베트남에서 증명되지 않았는가? 지리적 위치가 나쁘다고 주장하나,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보다 앞서며 발전한 나라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민족성에 결함이 있는 것인가? 훌륭한 리더를 갖지 못했기 때문인가? 송(宋)문화에 심취한 고려가 거란과 몽고를 업신여기다가 정복당했고, 이조(李朝)는 친명(親明)사대에 얽매이다가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으니, 항상 대국(大國)의 우산 밑에서 준비도 없이 안일하게만 지내다가 새로운 강대국이 등장하면 온 나라가 쑥밭이 되고나서 또다른 상국(上國)을 모시던 일들이 새삼 안타깝고, 한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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