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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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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4월 2일 오후 9시경, 사저(私邸)에서 향년 62세를 일기로 서거했다는 내용의 짤막한 공식성명이 발표되었다. 중병설로 숱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대통령의 정확한 사인(死因)에 대해선 일체 밝히진 않았으나, '단순한 유행성 인플루엔자'란 엘리제궁(宮)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퐁피두가 골수암에 감염되었다는 풍문이 세간에 끈질기게 나돌았다.

지난 1년 3개월간 전신(全身)이 뚱뚱해지는 등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잇따른 행사 불참과 휴가에 따라, 중병설-사임설이 유력시되어 왔던 터였다. 최근에도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 3월 21일부턴 사저로 물러나 요양 중이었으며, 3월 26일의 동독대사 신임장 수리가 마지막 일정이었다. 여하튼, 대통령의 급서(急逝)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는 때아닌 정치 계절을 맞이한 셈이다.

헌법에 의거해 포에르 상원의장이 권한대행으로 취임, 향후 30일 이내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인데, 집권당에선 샤방 델마스 전(前) 총리와 데스탱 재무상이, 야당측에선 사회당의 미테랑 당수(黨首)가 최고 권좌를 노리며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퐁피두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1932년 5월, 폴 두메 대통령이 암살당한 지 42년만에 프랑스에서 현역 국가원수가 사망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1973년 11월 24일, 엘리제궁을 방문한 카다피와 악수하는 장면



퐁피두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는 소위 '위대한 프랑스'란 슬로건 하에 나토 중심의 집단안보체제를 부정하면서 동서(東西)간 대화루트를 마련, '유럽인을 위한 유럽' 건설을 거냥했던 골리즘의 조락(凋落)을 의미한다. '대서양으로부터 우랄까지'의 대(大)유럽 동맹체 건설이란 드골의 웅대한 구상에 비해선 후퇴, 다소 유연성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퐁피두의 대외노선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드골-퐁피두의 대외정책은 미소(美蘇) 양대 초강대국이 굳힌 국제질서에 저항, 자국 주도하의 세력권을 구축함으로써 다원화(多元化)를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독자적 핵무기 개발, 대(對)중공 국교 정상화, 아랍 제국(諸國)에의 접근, 그리고 2차대전 이후 줄곧 퇴조양상인 유럽의 결속 촉구로 나타났으며, EC를 주도하다시피 했고, 국내적으론 건설적 경제계획 덕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와 브란트의 동방정책 성공, 서독의 고도경제성장, 영국의 EC 가입으로 프랑스는 주도권을 상실해버렸고, 최근에는 여타 서유럽 동맹국들보다 두드러지게 대미(對美)관계가 첨예화하는 등 점차 고립적인 입장이 되어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더군다나, 석유파동 결과 국내경제도 악화일로, 금년 1월의 물가 상승률만도 전년도 대비 10.3%에 이르며, 실업 증대가 쟁점화된 실정이다.

이렇듯, 경제 ・사회적 불안이 점증하는 상황속에서 퐁피두의 돌연한 죽음으로 정국은 한층 난항에 빠질 듯 하다. 오는 22일부터 5월 7일 사이에 실시될 차기 대통령 선거도 혼전이 예상되는 바, 집권 드골파의 데스탱 재무상, 샤방 델마스 전 수상, 미테랑 사회당수 등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조베르 외상과 제4공화국 시대에 수상을 역임한 포르 하원의장이 나설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차기집권의 향배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지만,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태도, 제5공화국 출범 이래 15년간 집권해 온 공화국민주연합 ・독립공화파 ・민주진보당이 뭉친 현(現) 여당에 대한 식상, 노동계층과 연금대상자들의 불만이 겹쳐 골리즘도 상당히 후퇴하는 양상이다. 앞서, 작년 3월 총선에서 드러난 사회-공산당 제휴세력의 현저한 원내 진출은 여당을 크게 위협, 정국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데스탱 재무상은 리더십과 카리스마 면모에서 퐁피두에 다소 못미친다는 중론이긴 하다만, 실무 능력을 갖춘 엘리트 관료인 동시에 소장파 기수로서 여론의 평판도 좋은 반면, 샤방 델마스 전 수상은 당내 다수파의 지지를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기타 후보들도 노령 ・낮은 인지도로 말미암아 1순위에서 배제되고 있는 만큼, 지스카르 데스탱과 미테랑간의 대결 구도로 전개될 공산이 높다.

 
                                       서거 1주년 기념 추모엽서로 사진은 임기초에 촬영된 공식 초상화

                                                    1974년초의 모습. 거의 비만일 정도로 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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